피바다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뛰어든 파워콤


1998년 7월에 두루넷에서는 케이블모뎀이라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발표했다. 당시 56Kbps의 모뎀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던 사용자들에게 이론적으로 10Mbps의 케이블 모뎀은 교통체증에 꽉 막힌 도로를 벗어나 뻥뚫린 자유로를 내달리는 그런 기분을 사용자들에게 안겨주었다. 특히 두루넷에 서비스한 케이블 모뎀은 월 정액제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에 밤새 인터넷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많은 매니아들에게는 무한정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매력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마치 패스트푸드에서 음료수 무한대 리필을 경험했던 사용자들에게 무한정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려 기존보다 20배나 빠른 인터넷 서비스는 기존의 통신 사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레드오션에 빠져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에 등한시 했던 KT, 데이콤, 하나로통신이 ADSL을 빠르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케이블 모뎀이 선보이기 전에 한국통신에서는 9600bps급의 정액제 CO-LAN 서비스를 소개했으며, 64Kbps의 ISDN을 선보였다. 사실 이러한 서비스는 시장의 1위 사업자인 KT가 선보일만한 상품이 아니었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다양한 초고속 인터넷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 와중에 KT는 1Mbps도 미치지 못하는 ISDN을 ‘21세기 초고속 통신망’이라고 칭하며 두루넷의 케이블 모뎀의 독주를 막으려 했던 것이다. KT의 막강한 브랜드력과 마케팅에 의해서 1999년까지만 해도 많은 사용자들이 ISDN에 가입했고 ISDN 관련 장비업체도 생선설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1999년 중순 이후부터 시장은 급속하게 10Mbps급의 케이블 모뎀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케이블 모뎀은 가장 큰 단점이 있었다.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적은 사용자가 사용할 때는 이론적인 속도인 10Mbps까지는 아니더라도 60~70% 속도가 보장되었는데 사용자가 많이 가입하면서 속도가 2~3Mbps 이하로 낮아진 것이다.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서비스가 바로 ADSL이다.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 등도 ADSL 서비스를 개시했고 2000년부터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가속하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KT의 2005년 3월 가입자수는 613만이며 매출은 2조2514억원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23억원으로 적자이다. 게다가 국내에 케이블 모뎀을 최초로 서비스하며 초고속 인터넷 시장을 개막했던 두루넷은 이미 오래전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또한 2~3위 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도 투자를 최소화하고 구조조정을 하면서 보수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게다가 HFC망을 활용한 SO(방송국운영자)들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 진출은 더욱더 상황을 어렵게만 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 사업을 운영하는 SO들이 케이블 TV를 시청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저가에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면서 이들의 시장 점유율이 무려 7%나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은 기술 투자에 등한시할 수 밖에 없어 2000년부터 서비스가 개시된 이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는 약 80% 이상의 가입자들이 10Mbps 이하의 인터넷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통신의 VDSL, 엔토피아 그리고 하나로통신의 이밸리 등은 100Mbps급의 초고속 인터넷을 서비스하고 있지만 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이며 가격 또한 일반 10Mbps급에 비해 비싼 편이다.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인하여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한 단계 성숙하지 못한채 치열한 경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 정량제 등의 꽁수를 두거나 인터넷 공유기 사용을 금지하려는 등의 악수를 두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기간통신 사업자인 파워콤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상품을 런칭하면서 5년간 정체에 있었던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신선한 바람이 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워콤은 지난 2000년 1월에 설립된 기업으로 두루넷,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등에게 HFC망을 제공하던 곳이다. 전 세계적으로 초고속 인터넷은 주로 HFC망에 의한 서비스가 주류인 반면 한국은 KT와 데이콤, 하나로통신에 의한 통신망(ADSL, VDSL 등)이 약 70%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며 서비스되고 있다. 이번 파워콤의 본격적인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시장 진출은 HFC망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의 활성화와 함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워콤(http://www.powercomm.com)에서 발표한 상품은 XPEED 광랜과 XPEED 프라임 두 종류이다. 이중 XPEED 광랜은 100Mbps급의 서비스이며, XPEED 프라임은 10Mbps급이다. 기존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프리미엄급, 라이트급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들의 서비스는 프리미엄급은 약 10Mbps, 라이트급은 2~3Mbps에 속도가 머물고 있다. 하지만 파워콤은 이러한 기존 상품의 인터넷 속도를 5배 이상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기존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다. XPEED 프라임은 2만8천원, XPEED 라이트는 2만5천원이다. 게다가 100Mbps급의 인터넷 서비스를 전국 아파트의 93%인 600만 가구에 내년 말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고 해서 100Mbps 인터넷이 지역적 제한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서비스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파워콤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 진출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 속에 수익률이 악화된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에게는 죽을 맛일 것이다. 이번 파워콤의 진출로 인해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커다란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신규 투자와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사업자들은 인수, 합병과 함께 도태될 것이다. 또한 기존의 사업자들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준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사업자들은 단지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라는 상품에서 벗어나 VoIP, IP TV 등의 다양한 추가 사업, 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수익모델과 가치창출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간 5년간 이들 사업자들은 새로운 블루오션 창출에 실패한채 치열한 경쟁 속에 수익성만 악화되어왔다. 이번 파워콤의 참여를 계기로 블루오션 창출에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 베타뉴스

김지현 칼럼리스트